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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 관리자 2017-11-21 121
베이비뉴스 : '아빠는 돈 벌고 엄마는 놀러다니고'..영유아 학습지 속 성차별
영유아 학습지 14종 살펴보니.."성역할 습득 시기 일러, 주의 필요"

베이비뉴스 최규화 김재희 기자】

# 남자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며,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논다. 여자 아이들은 요리를 하고, 토끼 인형이나 머리빗을 들고 있다. 서재나 놀이터에 있는 남자 아이들과 달리, 여자 아이들은 주방이나 화장대 앞에 서 있다. (A 출판사 누리과정 학습지)

# 양복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든 남성이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에게 인사를 한다. 그림 상단에는 “아버지께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B 출판사 한자 학습지)

# 경찰, 트럭운전사, 목수 등 직업인의 모습은 모두 남성으로 그려져 있고, 다른 페이지에 그려진 여성은 한복을 입고 떡을 빚고 있다. (C 출판사 한글 학습지)

아이가 처음 만나는 교재인 영유아 학습지에 성차별 요소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판매 중인 8개 출판사 영유아 학습지 13종을 베이비뉴스가 분석한 결과, 학습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차별적인 성역할을 반영해 그려진 것으로 확인했다.

우선 성차별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묘사한 학습지는 13종 중 4종이었다.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일을 하며 어린 아이를 보살피는 모습으로, 아빠는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든 모습으로 그려졌다. 한 학습지는 엄마를 표현하면서 한복을 입거나 앞치마나 머릿수건을 하는 등의 묘사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 학습지는 엄마 역할을 ‘친구 만나러 다니는 일’로 나타내기도 했다. 해당 학습지 속 ‘엄마 아빠 흉내 내기’ 단원은 엄마와 아빠 역할을 표현하라고 지시하는데, 지시문 하단에는 엄마와 아빠를 흉내 낸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가 각각 사진으로 제시됐다.

엄마 역할을 하는 여자 아이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어깨에는 핸드백을 맸고, 진주 목걸이를 착용했다. 이 아이 옆에는 “여보, 친구들 만나고 올게요”라는 말풍선이 있다. 아빠 역할을 하는 남자 아이 옆에는 “여보, 회사 다녀올게요”라고 쓰여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자 아이는 서류가방을 들고 흰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다.

2종의 학습지는 놀이 상황을 묘사할 때도 성역할로 구분한 표현을 찾을 수 있었다. 갖고 노는 장난감도 차이가 있었다. 남자 아이들 손에 기차나 로봇, 자동차 등이, 여자 아이들 손에는 인형이 들려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남자 아이들은 뛰어다니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역동적으로 그려진 반면, 여자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등 움직임이 적은 모습이었다.

특히 직업 묘사에서 성역할에 따른 차별적 묘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4종 중 절반이 넘는 8권에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성인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경찰관, 소방관, 집배원, 선장, 기관사, 과학자 등의 직업은 모두 남성으로 그려졌다. 특별한 직업을 확인할 수 없거나 전업주부의 경우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성은 직업이 있다 해도 무용수, 은행원, 미용사뿐이었다. 병원 현장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도 하얀 가운을 입고 진료를 하는 사람은 남성으로, 여성은 남성 뒤에 서 있는 간호사 또는 보호자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외에도 한 학습지는 “여자가 입는 옷”과 치마를 연결하라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학습지에서 소위 ‘여자색’, ‘남자색’으로 성별 묘사를 하기도 했다. 여성은 분홍, 노란색 의상을 입고 있으며, 치마를 입고 리본을 달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성은 초록색, 파란색 의상을 주로 입고 있었으며, 바지 또는 양복 차림이었다.

아동은 일찍부터 성역할을 습득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교육해야 한다. 김정원 한국성서대 영유아보육학과 교수는 “영아 때부터 성별정체감과 성역할 고정관념이 형성된다”며 “유아 때부터 이미 ‘나는 남자니까, 남자끼리 놀아야 하고 울면 안된다’ 하는 등 성역할에 따라 행동한다. 아이들은 영유아 학습지에서 역할이나 태도, 나아가 직업선택과 진로 등을 안내받는데, 지속적으로 (성차별적인 표현에) 노출되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과 되고 싶은 일을 선택할 때 제한적인 관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보육현장에서 남자 아이들도 뜨개질이나 인형을 좋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하면서, “‘공주’를 소재로 다루더라도 왕자를 구하는 공주를 다룬 동화 ‘종이 봉지 공주’ 같이 고정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난 내용으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출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몇몇 출판사는 일상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A 출판사는 “아이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을 떠올리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의범절과 직업을 교육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안에서 ‘다음 중 여자 아이들이 해야 하는 놀이를 골라 동그라미 하시오’ 같은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누리과정 학습지를 제작한 I 출판사 또한 “만 2세 영아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일 수 있는 엄마, 아빠 이미지 하나를 선택하였던 것이지 차별 요소를 담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반면 성역할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답변하거나, 이미 교재 속 삽화를 검토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한 출판사도 있었다. C출판사는 “새로 기획 중인 교재에는 반영하고 있다”는 답을 보내왔다. G출판사도 성역할 표현에 대한 지적에 공감하며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답변을 했다.

H출판사는 “해당 교재들은 현재 단종된 상황”이라며 “현재 교재 제작 시 이미지 사용에 대한 프로세스는 관련 부서에서 이미지 사용에 대한 문제 여부를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하고 있다”는 대답을 보내왔다. “현재 출시되는 교재에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성역할적인 차별 요소를 없애고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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