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 관리자 2016-11-28 411 경향신문 : 성범죄, 공개된 사무실서 대질조사한 노동부 [경향신문] ㆍ김포공항 청소노동자 피해자 “수치심 가중” 논란 고용노동부가 성범죄 피해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같은 공간에서 ‘대질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다른 직원들과 진정인 등도 함께 있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조사가 이뤄져 성범죄 피해자의 수치심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공공비정규직노조 강서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쯤 노동부 산하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2과는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인 손경희씨(51)와 손씨에게 성희롱을 한 혐의를 받는 청소용역업체 관리자 이모씨(60)를 사무실에서 대질조사했다. 손씨가 조사를 받은 사무실은 근로감독관 10여명이 나란히 앉아 업무를 보는 공간이다. 옆 책상에서는 다른 진정인이 상담 중이었다. 손씨는 이씨 옆에 앉아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수차례 반복해 진술해야 했다. 이날 대질조사는 노동지청에서 요청한 것이다. 당시 수치심을 느낀 진정인 손씨가 “회의실 같은 곳으로 장소를 옮길 수 없겠느냐”고 요청하자 근로감독관은 “회의실은 컴퓨터가 없어 진술조서를 받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권자령 근로개선지도2과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진술이 달라서 대질조사했다”며 “당사자들이 불편하더라도 (대질조사) 절차 없이 결론을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다른 감독관들이 바로 옆에 앉아 있어 ‘열린 상태’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감독관들이 다 자기 사건 조사에 바쁘기 때문에 옆에서 하는 조사는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다. 전국 노동관서가 다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사건 처리지침’을 보면 “사안에 따라 전담 근로감독관이나 동일한 성(性)의 근로감독관이 상담 및 조사를 진행하되 가능하면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서 조사하는 등 조사자와 피조사자 간 상호신뢰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지침에는 대질조사 관련 항목은 없다. 지난 9월22일 공공비정규직노조 강서지회장인 손씨와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6명은 이씨와 청소용역업체를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근로기준법 제8조 위반으로 남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내용은 관리자인 이씨가 손씨에게 노래방에서 술을 따르고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접대’를 지시하고 평소 노동자들에게 성희롱과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실상 관리자가 청소현장 운영·감독의 전권을 갖고 인사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성희롱에 저항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손씨는 “뻥 뚫린 공간에서 성희롱 얘기를 하니까 너무 수치스러웠다”며 “노동부가 사람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씨를 조사한 근로감독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별도의 컴퓨터나 공간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내 자리에서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